기술생성시대는 매체가 중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 작동하는 시대다.
전통적 매체이론이 매체를 메시지와 수용자 사이의 중계 길로 설정했다면, SR 공식이 보여주는 현실은 전혀 다르다. SR(t) = UX(t)×[I(t)×A(t)] / [1+μ×UI(t)] — 이 공식에서 매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다. 정보와 알고리즘의 결합이 화면을 통해 사용자 경험의 조건을 새롭게 구성하면서, 인간의 감각과 판단은 기술 환경 속에서 다시 놓이게 된다.
중계 모델에서 생산 모델로의 전환은 매체의 존재론적 지위를 바꾼다. 중계 채널로서의 매체는 본질을 달리한 채 내용만 전달하는 중립적 매개체였다. 그러나 SR 공식이 보여주는 매체는 처리과정을 통해 정보 자체의 구조를 다시 작성하고, 화면 배치와정을 통해 경험의 조건을 생산하는 비중립적 생산자다. 이 생산자적 매체 속에서 인간은 메시지의 수용자가 아니라 경험에 참여하는 주체다.
그러나 이 전환이 반드시 소외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함께 울림의 조건이 만들어질 때, 공진주체 WE는 인간과 기술이 맞물리는 접합점으로서 성립한다. 기계세 속에서 인간존재의 새로운 층위가 열리는 가능성은 바로 이 접합 조건의 제도적 실천에 달려 있다.
탈중계적 매체관의 실천적 함의는 이것이다. 매체가 우리의 감각을 재구성한다는 사실에 대한 단순한 비판이나 불안으로 머무르지 말고, 그 재구성 속에서도 함께 울림의 조건을 만들어내는 구체적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SR 공식은 그 물음을 위한 분석 틀로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