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생성시대의 인간-기술 관계를 공존으로 부르려면, 먼저 그 공존이 감정적 수사가 아니라 구조적 접합 조건 위에서 성립함을 보여야 한다. 공존의 핵심은 친화적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물질·데이터·에너지·연결망의 기저와 정보·알고리즘·UI·UX의 기층이 어떤 비대칭 속에서 맞물리는가에 있다.
이 점에서 공존은 결핍을 덮는 윤리적 언어가 아니라, 주체의 판단과 감각이 재배열되는 매개 장치의 분석 개념이어야 한다. 기술생성시대의 문제는 인간이 기술을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기술적 환경이 인간의 선택 가능성을 어떤 방식으로 조정하느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