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자연 존재론 — 매체와 주체의 함께 울림에 대하여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디지털 환경은 단순한 도구의 집합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자연으로 성립한다. 이용욱의 인공자연(Artificial Nature) 개념은 플랫폼과 알고리즘, 데이터와 연결망이 얽혀 만들어낸 이 기술적 세계를 은유가 아닌 존재론적 범주로 파악하려는 시도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물음은 이렇다. 인공자연은 어떤 물질적 토대 위에서, 어떤 층위를 거쳐 하나의 실재로 구성되는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인공자연 존재론은 두 겹의 구조를 제안한다. 기저(Substratum)의 네 가지 원소 — 물질, 데이터, 에너지, 연결망 — 가 인공자연이 존립하기 위한 물질적 조건을 이루고, 기층(Surface Layer)의 네 가지 원소 — 정보, 알고리즘, 사용자환경(UI), 사용자경험(UX) — 이 그 위에서 창발하는 경험적이고 작동적인 양태를 구성한다. 이 이중 층위의 분절은 고대 원소론의 사유를 기술생성시대(Age of Technological Generation)의 언어로 번역하면서, 동시에 플랫폼 실재론의 이론적 뼈대를 세우는 작업이다.
이 존재론에서 매체와 주체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재설정된다. 전통적 미학에서 주체는 매체 바깥에 서서 그것을 사용하거나 해석하는 자율적 행위자로 상정되었다. 그러나 인공자연 안에서 주체는 매체의 외부에 있지 않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그 소비 데이터가 다시 알고리즘을 변형시키며, 변형된 알고리즘이 다시 주체의 감각과 판단을 조율하는 순환 속에서, 주체와 매체는 서로를 구성하는 함께 울림의 관계에 놓인다. 이용욱이 제안하는 공진주체 WE(Whole-Emergent)는 바로 이 관계적 존재를 지칭한다. 인간-주체와 비인간-주체(알고리즘, 데이터, 인터페이스)가 분리 불가능하게 얽혀 공진화하는 집합적 주체, 그것이 WE이다. 동기화율 공식 SR(t) = UX(t)·[I(t)·A(t)] / [1 + μ·UI(t)]은 이 함께 울림의 강도를 정보와 알고리즘, 사용자환경과 사용자경험의 동적 관계 속에서 포착하려는 이론적 장치이다.
이러한 존재론이 요청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플랫폼 자본주의 비판이든 디지털 문학 생태계 분석이든, 현상에 대한 비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그 현상이 어떤 층위에서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벤야민(Benjamin)이 기술복제시대의 아우라 상실을 진단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술작품의 존재 방식에 대한 존재론적 통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기술생성시대에 인공자연이 산출하는 새로운 감각적 분위기 — 아르투라(Artura) — 를 포착하고, 메타부르주아지라는 새로운 계급 주체의 출현을 분석하려면, 인공자연 그 자체의 존재 구조에 대한 해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인공자연 존재론은 그 해명의 첫 걸음이자, 기술생성시대의 매체미학이 서야 할 이론적 지반이다.